기사 한국, 지금도 석탄화력 5기 건설 중인 ‘기후악당국’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1-08-31 14:51 조회 2,280회 댓글 0건본문
[경향신문]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여전히 에너지의 3분의 1 담당
다른 국가들은 급속도로 줄이는데…문재인 정부 들어 7기 신설 ‘역행’
“전력 자체생산 한계, 에너지 전환 속도 더뎌” 탈석탄 보상 법제화 필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이 세계 주요 국가들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는 이미 탈석탄 정책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비율을 절반 이상 줄였다. 반면 높은 탄소배출량으로 5년 전 영국 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으로부터 ‘기후악당국’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던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는 한국이 쓰는 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한국 정부 앞에 떨어진 크나큰 숙제다.
■ 소극적인 탈석탄 정책
올해 8월 현재 한국에는 총 5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2기는 올해 신설됐다. 경남 고성하이화력 1호기는 지난 5월14일, 신서천 1호기는 지난 7월1일 완공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에너지 생산비율은 35.6%다. 2017년(43.1%) 이후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노후 발전소 퇴출 정책 영향으로 생산비율이 꾸준하게 감소해왔지만, 여전히 전체 에너지 생산비율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탈석탄 정책을 시작한 다른 국가들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생산비율을 급속도로 줄이고 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독일은 2013년 44.96%였던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비율을 2020년 23.8%까지 줄였다. 영국은 2012년 40%에서 2020년 1.8%까지 떨어뜨렸다. 한발 더 나아가 독일은 2038년까지, 영국은 2024년 9월 말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퇴출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202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5기를 신설한다. 올해 건설된 2기를 포함해 신규 7기가 모두 운영될 경우 최소 약 3850만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공정률 10% 미만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착공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건설이 계획·추진된 신규 발전소 9기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 중 당진에코파워 1·2호기만 액화천연가스 발전소로 전환됐을 뿐 나머지 7기는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향후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를 금지하고, 2020년부터 2034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총 30기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미 건설에 들어간 석탄화력발전소는 막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전 정부 때 착공 결정을 받은 민간 발전사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사하는 것을 현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강제 중단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반면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현재 건설 중인 삼척화력 1·2호기는 현 정부가 2018년 1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했기에 최종적으로 건설이 가능했다”며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발전을 줄이겠다고 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탈석탄 정책안도 없으며,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도 석탄발전을 포함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탈석탄’을 위한 선행과제
한국의 탈석탄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탈석탄 모범국으로 거론된 독일·영국 등은 인접국으로부터 전력을 조달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한국은 정치·지리적 특성상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 빠른 전환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전력 생산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실제로 공급하는 전력 비중은 낮다”면서 “현재도 90%가량을 전통 연료원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이 중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은 연료비가 낮아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력시장제도의 문제와 탈석탄 피해보상책의 부재를 탈석탄 정책의 걸림돌로 꼽았다.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은 “탈석탄 정책은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와 결이 맞닿아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력시장·가격·입지 등에서의 과잉규제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딘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재생에너지 중심의 제도와 전력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장은 “탈석탄 정책이 추진되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부담으로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탈석탄 정책으로 피해를 입을 당사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이 법제화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독일은 탈석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피해 지역과 산업, 근로자를 지원·보상하는 방안도 함께 법제화했다. 피해 지역에 400억유로(약 55조460억원)를 지원해 지역의 경제활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고 58세 이상 노동자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로 실직하더라도 정부가 최대 5년간 금전적 보상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법에 담겼다.
한국의 21대 국회에도 피해 당사자들의 손실을 보장해주는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상정된 이후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 계속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양이 의원은 “국가 온실가스를 3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이 담긴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 8월19일 환노위에서 의결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며 “이를 10년 내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가 불가피한 만큼, 지역·주민·노동자 등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여전히 에너지의 3분의 1 담당
다른 국가들은 급속도로 줄이는데…문재인 정부 들어 7기 신설 ‘역행’
“전력 자체생산 한계, 에너지 전환 속도 더뎌” 탈석탄 보상 법제화 필요
원본보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이 세계 주요 국가들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는 이미 탈석탄 정책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비율을 절반 이상 줄였다. 반면 높은 탄소배출량으로 5년 전 영국 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으로부터 ‘기후악당국’이라는 지적까지 받았던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는 한국이 쓰는 에너지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한국 정부 앞에 떨어진 크나큰 숙제다.
■ 소극적인 탈석탄 정책
올해 8월 현재 한국에는 총 5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2기는 올해 신설됐다. 경남 고성하이화력 1호기는 지난 5월14일, 신서천 1호기는 지난 7월1일 완공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에너지 생산비율은 35.6%다. 2017년(43.1%) 이후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노후 발전소 퇴출 정책 영향으로 생산비율이 꾸준하게 감소해왔지만, 여전히 전체 에너지 생산비율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탈석탄 정책을 시작한 다른 국가들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생산비율을 급속도로 줄이고 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독일은 2013년 44.96%였던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비율을 2020년 23.8%까지 줄였다. 영국은 2012년 40%에서 2020년 1.8%까지 떨어뜨렸다. 한발 더 나아가 독일은 2038년까지, 영국은 2024년 9월 말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퇴출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202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5기를 신설한다. 올해 건설된 2기를 포함해 신규 7기가 모두 운영될 경우 최소 약 3850만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공정률 10% 미만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착공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건설이 계획·추진된 신규 발전소 9기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 중 당진에코파워 1·2호기만 액화천연가스 발전소로 전환됐을 뿐 나머지 7기는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향후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를 금지하고, 2020년부터 2034년까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총 30기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이미 건설에 들어간 석탄화력발전소는 막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전 정부 때 착공 결정을 받은 민간 발전사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사하는 것을 현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강제 중단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반면 박지혜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현재 건설 중인 삼척화력 1·2호기는 현 정부가 2018년 1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했기에 최종적으로 건설이 가능했다”며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석탄발전을 줄이겠다고 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탈석탄 정책안도 없으며,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도 석탄발전을 포함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탈석탄’을 위한 선행과제
한국의 탈석탄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탈석탄 모범국으로 거론된 독일·영국 등은 인접국으로부터 전력을 조달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한국은 정치·지리적 특성상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 빠른 전환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전력 생산량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실제로 공급하는 전력 비중은 낮다”면서 “현재도 90%가량을 전통 연료원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이 중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은 연료비가 낮아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력시장제도의 문제와 탈석탄 피해보상책의 부재를 탈석탄 정책의 걸림돌로 꼽았다.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은 “탈석탄 정책은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와 결이 맞닿아 있는데, 우리나라는 전력시장·가격·입지 등에서의 과잉규제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딘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재생에너지 중심의 제도와 전력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장은 “탈석탄 정책이 추진되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부담으로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탈석탄 정책으로 피해를 입을 당사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이 법제화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독일은 탈석탄 정책 추진 과정에서 피해 지역과 산업, 근로자를 지원·보상하는 방안도 함께 법제화했다. 피해 지역에 400억유로(약 55조460억원)를 지원해 지역의 경제활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하고 58세 이상 노동자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로 실직하더라도 정부가 최대 5년간 금전적 보상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법에 담겼다.
한국의 21대 국회에도 피해 당사자들의 손실을 보장해주는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상정된 이후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 계속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양이 의원은 “국가 온실가스를 3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이 담긴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 8월19일 환노위에서 의결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며 “이를 10년 내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가 불가피한 만큼, 지역·주민·노동자 등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해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